마음건강 정서관리

역이민 후 한국에서 다시 적응하며 겪는 감정들

barrie7 2025. 5. 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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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이민후, 낮선 감정의 파도
역이민후, 낮선 감정의 파도

 

 

캐나다에서의 생활을 접고 다시 한국으로 역이민한 후 겪는 감정변화와 현실적인 적응 이야기

몇 년 만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솔직히 마음 한켠엔 설렘도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안도감, 익숙한 말과 음식들, 그리고 나 스스로 조금은 더 단단해졌다는 기대감.

하지만 막상 현실은 달랐습니다.
반가움보다 먼저 찾아온 건 설명할 수 없는 낯설음이었습니다.


익숙한 듯 낯선 한국

한국은 내가 오래 살아온 나라인데, 다시 적응하려 하니 참 낯설었습니다.
모든 게 빠르게 돌아가고, 말 한 마디에 숨은 뜻을 곱씹어야 하고, 사소한 말투 하나에 마음이 휘청거렸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의 침묵, 병원 접수창구에서 들은 퉁명한 말, 공공장소에서의 무심한 눈빛…
‘왜 이렇게까지 예민해졌지?’ 스스로를 탓하면서도 마음속 어딘가는 계속 조용히 아파왔습니다.


인간관계가 주는 피로감

오래된 친구들과 다시 만나면 편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대화는 계속 겉돌았고, 서로의 삶을 설명하는 일이 점점 피곤해졌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내가 역이민자라는 걸 알자마자 묘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딸이 캐나다에서 치과의사라고? 대단하네.”
“발달장애아이들을 가르친다면서,.센터장이면 이제 자리 잡은 거 아냐?”왜 왔는데.

남편하고 이혼하고 혼자 돌아온 것 아니야?
그 말들 뒤에 깔린 뉘앙스를 나는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칭찬인 듯하지만, 경계하고 재단하는 시선.

어떤 이들은 나를 은근히 이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정보를 캐려 하거나, 영어 좀 봐달라는 말로 시작해 개인적인 부탁을 건네오고, 
한편으로는 나를 깔보거나, 무시하는 말투로 심지어는 내가 이야기하면 그 일도 모르느냐는 투의 말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서늘해지고, 말 한 마디를 꺼내는 것조차 어려워졌고 결국 그 곳을 조용히 나와 버렸습니다.


나는 왜 No라고 못했을까

무례한 말을 들으면서도 가만히 있었고 부담스러운 부탁에도 선뜻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내가 답답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나를 잃은 느낌이었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나는 강의도 하며 특수교사로 여전히 일하고 있었고, 내 아이들은 캐나다에서 치과의사로 공군장교로 성장해가고 있었습니다.

상처받은 감정의 치유
상처받은 감정의 치유

 

감정을 견디는 나만의 방식

어느 날 문득, ‘이건 이상한 일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이민은 단순히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다시 정리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감정은 정상이란 걸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적응은 경쟁이 아니니까.
지금 느끼는 불편함도, 외로움도, 모두 지나가는 과정이니까.

그래서 나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하루에 한 번은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했고,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읽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한국에서 전에 하던 일, 장애인선교센타일이나 학교에서의 강의 , 발달장애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등

다시 한국에 돌아오면 이태섭 신부님처럼 살겠다는 생각으로 오늘날까지 이 곳에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가원의따뜻한세상" 이라는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해서 마음대로 여행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풍요로운 생활을 살아가게 된 것은 저에게 너무나도 큰 축복입니다.

 

 

마무리하며: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역이민은 단순한 ‘귀국’이 아니라, 정서적 이주입니다.

그곳에서 만들었던 나의 삶, 관계, 감정, 기준들을 다시 꺼내 조율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가끔은 “내가 왜 돌아왔을까”라는 생각도 스쳤지만, 지금은 “나는 지금 내 삶을 재정립하는 중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낯선 한국도, 언젠가는 다시 나의 한국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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